방산 짝퉁부품


– 보안단상

‘명품’은 선뜻 소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지갑이 얇으면 그저 ‘짝퉁’에 만족해야 한다. 자기과시와 소유의 욕망으로 ‘명품 짝퉁’은 끊임없이 무한반복 생산된다. 철 지난 신문기사들을 뒤적이면 서울 강남, 동대문, 지방에서 짝퉁 명품을 단속했다는 보도가 무성하다.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해도 짝퉁의 생명력은 강하다. 짝퉁은 공들이지 않고 명품의 가치를 쉽게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준다.

사람들은 짝퉁한테 곧 잘 속는다. 가짜 명품가방에 깜빡 속고, 온갖 불순한 것들로 버무린 건강식품도 몸에 좋을거라 믿고 속아서 사먹고 만다. 명품이라고 하니까 무턱대고 속아 사기도 하지만, 대놓고 ‘진짜 같은 가짜’를 스스로 원해서 사기도 한다. 꼭 물건에만 짝퉁이 있는 건 아니다. 심심찮게 보도되는 석∙박사 논문표절과 몇 해 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학력위조도 짝퉁이다.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그릇된 공명심과 욕심이 판 함정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이런 우(愚)를 범한다.

짝퉁은 가짜와 거짓을 일컫는 말이다. 가짜는 일상에 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조화(造花)도 가짜고, 전쟁영화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배우의 연기도, 바보를 흉내 내는 개그맨의 연기도 가짜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짜 죽음’을, ‘가짜 바보’를, 진짜처럼 맡은 배역을 소화해 내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짝퉁은 진짜를 흉내내는 것이다. 속이는 것이다. 사람을 속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옳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남을 속이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숨가쁘게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라고 말하고, 천진한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으니까.  축구경기도 상대팀을 잘 속여야 이길 수 있다. 이렇듯 가짜인 짝퉁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짝퉁을 사는 심리는 이해 가능하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남들보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 많이 유식해 보이고 싶은 건 사실 인지상정 아닌가.  지극히 인간적인 개인적인 욕망의 차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라며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짝퉁부품’은 다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지난 달  군에 납품하는 함포 제작용 부품의 원산지를 속여 1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M사 대표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M사는 전투기·함포 등 군수품 연구개발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소 방산업체다. 이 회사 대표는 2009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함포·자주포 등에 장착될 부품 밸브·베어링·핀 등 1만3000여 개를 국내 업체를 통해 제작한 뒤 개당 2만원짜리 국내산 부품을 수입원가 200만원으로 속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기술력 부족으로 국산화 인증이 되지 않은 부품은 해외 수입 부품으로 공급해야 하는 점을 어기고 미검증 국산 부품을 미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것이다. 한마디로 짝퉁을 납품한 것이다.

베어링 하나, 볼트 하나가 함포와 자주포의 성능에 지장이 적은지 많은지 따져 볼 필요는 없다. 사람은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안 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떠한 변명으로도 ‘국방’의 중차대함에 정당하지 못한 개인적 욕심을 앞세울 수는 없다.

이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강남의 어느 동네에서 짝퉁 명품을 판매하는 곳들을 지자체에서 대거 적발한 사건이 있었다. 뭐 하러 짝퉁을 팔다가 창피를 당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는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보전하고 나라를 지키는 무기에 짝퉁을 팔다니.  짝퉁 명품가방을 판 정도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이병관 bngkwn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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